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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HELVES/LEARN

죽을 때까지 책읽기(즐거운 인생을 위한, 살아 있는 독서의 기술) - 니와 우이치로 -

  독서의 장점은 무궁무진하다. 어휘력·사고력·지식 향상, 호기심 충족, 가치관 확대, 삶의 난제를 헤쳐나가는 능력 부여, 타인 이해력 증진, 인생이 재미있고 풍요로워짐 등등.... (아이고 많다) 내 기준으로 보면, 많고 많은 세상의 일들 중 여행과 함께 '중독'되어도 좋은 점이 나쁜 점보다 월등히 많은 게 독서가 아닌가 싶다. 또 독서를 취미로 삼으면 일평생 심심하거나 따분할 겨를이 없다. 이 얼마나 유익한 인간의 벗인가! 이런 독서의 즐거움을 일찌감치 파악한 옛 선인들은 그래서 책을 그렇게 가까이 두었던 것이리라. 엣헴.

 

  저자인 니와 우이치로는 벌써 80이 넘은 어엿한 독서 베테랑이시다. 그가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독서의 장점과 즐거움, 그리고 독서를 더 '잘' 할수 있는 노하우가 이 책에 깨알같이 소개되어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위에 언급한) 독서의 유용함 외에도 저자는 독자들에게 '적극적인 독서'를 권한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남에게 등떠밀려 읽지 말고 스스로 읽으라는 게 아니라...(아니 물론 스스로 읽어야 하지만!) 한눈팔지 말고 열심히 읽으라는 뜻이 아니라...(아니 물론 열심히 읽어야 하지만!) 눈으로 읽는 것에 그치지 말고 '손'도 이용해서, 책에서 궁금했던 점이나 내용을 읽고 자신이 느끼거나 크게 깨달은 바를 노트에 옮겨놓아라~ 는 뜻이로소이다. 내 경우에는 마음에 와닿거나 '아 이 구절 정말 감동적이나, 공감간다'는 부분은 바로 수첩에 써놓는다. 그러면 웬지 그 책에서 '하나 건졌다'는 뿌듯함과 함께 인생에 깊이를 더해주는 내용을 발견했다는 생각에 행복하다. ^^  

 

  저자는 독서에 관한 태도가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아 마치 친한 친구와 편하게 대화하는 듯한 분위기에서 이 책을 즐겁게 읽어내려갔다. 특히 웃음이 나오며 크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 부분이 있었는데, '허세를 위한 독서도 의미는 있다'가 바로 그것이었다. '허영심은 인간이 향상되거나 사회가 발전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허영심이 있기에 성장하려는 욕구나 경쟁에서 이기려는 마음이 솟구친다. 그리고 그것은 사회를 발전시키고 이끌어가는 큰 힘이 되며, 따라서 허영심은 잘만 이용하면 인간과 사회에 큰 가능성을 가져다준다.' 이 논리를 그대~로 독서에 대입하면, 훌륭한 서재로 가득한 책장을 남에게 보여주며 '나는 이 정도 수준의 인간임'을 은근히 어필하는 것도 의외로 좋은 방법이다! 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뭔가 귀엽다 ^^) 물론 그 책을 죄다 독파하지는 못했더라도 들춰는 봤다는 전제 하에 이런 허영도 설득력이 있는 거겠지만... ㅋㅋ. 나 역시도 어느 정도의 허영심 때문에 책을 읽는다는 것을 숨길 수 없는 바이다. '난 이런 걸 알고 그래서 더 넓은 세상을 알지만, 늬들은 모르지~~'라는 허세와 우월감이 확실히, 음... 있지... (그래서 계속 책에 중독되는 게 아닐까) 사실 이렇게 블로그에 나의 독서 일기를 쓰는 것도 허영이고 말고!

 

  또 마음에 참 울림이 와닿았던 부분은, 인터넷 보급으로 인해서 사람들이 점점 책을 멀리하고 즉각적인 정보와 해결책을 구할 수 있는 온라인 글 읽기로만 쏠리는 현상을 언급하며 책은 '즉효성'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고 한 점. 책에는 A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C를 구하면 된다'라는 간단명쾌한 해답이 주어지지 않고, 독자 스스로 사고하게 유도함으로써 생각의 체계를 잡아주고 깊은 탐구를 가능케 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독서의 참된 묘미이다~ 그렇다. 우리 뇌에 주름이 자글자글해지는 것은 독서가 500% 원인이리라. 곱씹고, 이해하려 노력하고, 책에 쓰여진 문장 안에 내포된 또다른 의미를 찾는 그 과정이(Reading between the lines라고 하나) 인간이 비로소 지적으로 성장시켜주는 원동력이 아닐까.

 

  '마감을 정하면 집중할 수 있다'의 주제도 정말 꿀팁이었다. 확실히 나처럼 굼벵이 독서가에게는 유용한 조언이다! 뭐 책을 '즐기자'는 마음으로 느긋하게 읽는다면 괜찮지만, (내 기준으로는) 전문서적같은 경우에는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세월아 네월아 질질 늘어지는 경우가 많았었다. 그렇게 되면 내용도 잘 기억 안나고 남는 것도 없고... 이럴 때는 며칠까지 완독하겠다, 아니면 하다못해 중요한 부분이라도 그때까지 읽겠다 해두는 편이 효율적인 책읽기일 것 같다. 또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제한되어 있는데 읽고싶은 책은 많다면... 이렇게 마감날짜를 정해서 바짝 읽는다면 효과가 크겠지.

 

  다만 저자가 언급한 내용 중 몇 가지는 동의할 수 없었는데~

1. '남이 추천한 책은 믿을 수 없다': 남이 추천해 준 책이라고 해서 반드시 나에게 좋거나, 유익하거나, 재미있는 책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하는데, 뭐 당연히 동의한다. 그런데 '믿을 수 없다'고 저렇게 극단적으로 단언해버리는 건 좀 아니지 않나... 특히나 나이어린 사람들이 어른들에게 추천받은 책은 인생의 선배들이 엄선한 도서인 만큼 '나보다 지식과 연륜이 많은 사람에게 검증받은 믿을만한 내용'이라는 생각을 가져도 좋을 법 하다고 본다. 특히나 나의 관심분야에 관한 추천 도서라면 더더욱 피가되고 살이되지 않을까 싶은데... 나 역시도 주변에서 추천한 책을 즐겁게 읽은 경험이 많은데, 저자가 이 주제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득력 있게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피력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예를 들어 '나의 독서 취향을 뚜렷하게 확립해 놓은 상태라면 남이 추천해주는 책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라던지, '젊을 때는 다방면의 지식을 많이 습득해야 하니 주변의 독서 추천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지만, 나이가 들어 자신의 전문 분야나 관심사가 확고해지면 내가 읽으면 좋은, 읽고 싶은 책을 골라내는 안목이 생기므로 점점 추천받는 책의 독서량이 줄게 된다'라던지...

 

2. 같은 맥락으로 '서평은 독자에게 별로 참고가 되지 않고, 신뢰할 수도 없다'는 내용도 불편하긴 마찬가지. 좀 오만하게까지 느껴진다. 다양한 사람이 책을 읽어보고 느낀 바를 적어놓은 것을 나홀로 독야청청 무시한다는 게 독자들에게 설득될까 싶다. 물론 저자는 자신이 원하는 책을 골라볼 수 있는 연륜과 관록이 쌓인, 벌써 여든을 넘기신 사회의 어르신이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른데 '서평은 단지 그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개에 지나지 않으므로 자신이 직접 읽어보는 게 제일 확실하다'라고 친절하게 풀어서 써 줄 융통성까지는 없으신가~ 싶네. (내가 너무 냉소적인가? -_-a)

 

  저자는 독서의 힘을 전달하는 데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지만, 역시 연륜이 되신 분이시라 그런가~ 독서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는 것도 간과하지 않았다. '독서는 마음을 넓고 깊고 풍요롭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책만 읽으면 된다는 말은 아니다. 일을 하면서 경험을 쌓으면서 인간이라는 존재와 마주하지 않으면, 인간에 대한 진정한 이해는 불가능하다. 학문의 세계에 파묻혀 서적만 상대하는 학자는 상당히 편향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독서를 인생의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활용하라고 충고한다. 즉 책만 읽는다고 인간성이 고양된다거나 저절로 품위가 갖춰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짚어준 것이 인상적이었다. (과연 고수시구먼~! 이라고 감탄했음...)

 

  그리고 마무리로, 내 마음에 쏙 들었던 독서의 가장 훌륭한 장점... 그것은 아래의 문구로 대신할까 한다.

 

책은 우리를 편협함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편견에 휩싸인 단편적인 시각은 상당히 위험하다. 그런데 책을 통한 꾸준한 자기반성의 노력은 세상사를 열린 마음으로 유연하게 대처하도록 해주며, 세간의 상식이나 분위기에 얽매이거나 휩쓸리지 않는 '진정한 자유'를 가져다준다.

 

유한한 운명을 타고난 인간의 폭을 넓혀주는 최고의 방법은 책읽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