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출간된 따끈따끈한 교양만화인데,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되었다. 일단 그림체가 완전! 내 스타일이라서 (외양에 넘어가고 마는 나의 이 얄팍함이여 ㅋㅋㅋ... ㅠㅠ) 앞뒤 재지 않고 냉큼 4권 모두 구입해버렸다. '먼나라 이웃나라'가 세계사적, 현재 정치·외교·경제 면에서 중요한 나라부터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하나씩 짚어간다면, 이 책은 처음부터 명확한 테마를 던져주고 주인공들에게 그 해답을 찾으러 가라고 과제를 부여한다. 주제는? 이 나라들은 왜 행복한가! 물론 '행복'이란 의미는 정말 전세계 70억 인구들마다 제각각이겠지만...
1. 덴마크편
복지가 세계에서 최고 수준이고, 경제적으로도 월등히 앞서 있는 스칸디나비아 3국 중에서 왜 덴마크를 골랐을까? 그냥 내 생각이지만, 뭔가 '강소국'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소개하고 싶어서가 아닌가 싶다. (스웨덴과 노르웨이, 핀란드는 영토에서만큼은 덴마크와 비교가 안되게 크니까... 뭐 그린란드는 덴마크거지만 그건 빼고 본토만...)
예상은 했지만, 덴마크의 사회는 한국과 정말 많이 다르다. 극명하게 대비를 이루는 부분이라면 무엇보다도, 머리 터지게 경쟁하고 남이 나보다 조금이라도 앞서면 배가 아파 견디지 못하는 한국 사람들 <=> 직업은 귀천이 없고, 성별 나이 직업 학력에 전혀 차별받지 않고 우열을 가리지 않고 잘난 사람은 쿨하게 인정하되 그걸 가지고 떠받들지 않고, 못난 사람은 깔보거나 멸시하지 않고 그냥 그런가보다 근데 저 사람도 잘하는 무언가가 있겠지~ 하며 역시 쿨하게 사회 구성원으로 보듬어 주는 덴마크 사람들. 물.론.!! 경쟁의 좋은 점도 있긴 해서, '발전'을 위해서 사람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열정을 심어주는 게 뭐가 잘못됐냐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또 그만큼 경쟁의 동력을 최대한 살려 한국이 이만큼 성장했다는 점도 무시 못할 것이고. 덴마크 모델이 무조건 부러워하고 본받아야 하는 퍼펙트 샘플이라는 것도 물론 아니다. 작가도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덴마크를 소개하고 분석한 듯 하다.
다만 덴마크의 교육 시스템만큼은 정말 부럽기 그지없다. 7학년까지 시험도 저~언혀 안보고, 중간에 안식년(!!허걱 -_-;;)가지면서 호이스콜러 가서 인생설계하고, 고등학교 졸업하면 대학 가고싶은 사람은 가고, 자기가 뭘 잘하는지 더 알고싶으면 에프터스콜러 가서 배우고 싶은거 배우고... 덴마크의 교육자 그룬트비의 말씀처럼, 학교는 '인재를 양성(우리가 상식이라고 알고 있는 그것)'하는 곳이 아니라 '스스로를 가치 있는 존재로 여기고,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원하는 삶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돕는 곳. 그리고 더불어 기뻐하는 곳'임을 스스로 입증한 나라, 덴마크.
덴마크의 행복 비결을 한 마디로 압축하라면? '신뢰'다.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 그리고 국민과 정부 간의 신뢰. 버는 것에서 엄청난 부분을 세금으로 내도 그게 나와 사회의 발전을 위해 한 푼도 허투로 쓰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덴마크 사람들이 '억울하게 내가 번 돈 뜯긴다'는 생각이 안 들게 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아닐지.
내 월급에서 지금 한 15% 정도를 세금으로 내는 것 같은데, 난 볼때마다 정말이지 아까워 죽을 것 같다. ㅠㅠ 탈세하는 인간들은 물론이고 저 세금이 도대체 제대로, 꼭 필요한 곳에 쓰인다는 보장이 없으니 한국은 '신뢰' 면에서는 갈 길이 구만리인듯...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신뢰가 부족해 지출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 금액으로 따지면 한 해에 어마어마하다고 한 것 같다. 불필요한 감정적인 소모도 신뢰가 구축되면 당연히 필요 없을 것이고. 행복의 필요(또는 필수?) 조건, 생각보다 단순하면서도 결코 충족하기는 쉽지가 않네.
2. 부탄편
'Gross National Happiness'라는 독특한 '국민총행복지수'를 자국의 발전 지수로 채택한 부탄! ^^ '행복'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시아 국가. 이 나라가 나도 궁금했습니다요~ (주변에 가본 사람 딱 두 명 뿐인 신비한 베일에 둘러싸인 나라) 탐욕 대신, 물질 만능과 경제적 발전을 위한 자연의 무차별 개발 대신 안분지족(安分知足)의 기쁨과 평화를 선택한 사람들. 물론 세대가 바뀌면서 부탄도 외부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터득하고, 젊은이들은 문명의 이기가 가져다 주는 풍요로움을 접하면서 사회가 서서히 변해가는 점이 걱정스럽지만.
제일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모든 건물은 일정한 양식을 따라야 하는 건축 (디자인)규제가 있다는 점. 책에서 언급한 대로 언뜻 보면 획일성을 강제한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위로는 중국 아래로는 인도라는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자신의 고유문화를 억척스럽게 고수하는 일종의 생존 방편이라고 생각된다. 특히나 티베트를 강제 병합한 중국이 부탄과도 국경 분쟁이 있는 걸 보면, 그네들이 문화를 지키려 애쓰는 모습이 짠하기도 하다. (중국은 국경맞댄 나라 중 분쟁 없는 나라가 어딜까 싶다. 북한도 백두산이 걸쳐져 있으므로 포함 -_-)
주인공들을 동행하는 현지 가이드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선진국 사람들 눈에 오늘의 부탄이 그렇게 좋아 보인다면, 그들도 우리같은 시절이 있었을 텐데. 그땐 좋은지 왜 몰랐을까요?'
부탄도 당연히 시간의 흐름에, 역사의 물결에 따라 변하겠지. 하지만 세계는 이 나라가 '국민행복지수'를 만들어 성공했고, 그 과정을 어떻게 만들어갔는지 기억할 거다. 그리고 그게 돌고 돌아 자신들의 나라에도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고민하겠지?
3. 독일편
제일 기대를 안했는데 오히려 제일 알차고 내용이 좋았던 독일 편! (정말이지 기대와 실망의 비례는 항상 들어맞는 것인가보다...) 이 시리즈에서 다룬 네 국가 중 솔직히 독일에 제일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허허허... 유럽 여행할 때 좀 데면데면했던 나라이기도 하고... 하지만 역시 아는 게 힘이라고 했던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이 책 덕분에 독일에 대해 한 발 더 다가선 느낌이고, 다음 유럽 여행에 꼭 목록에 넣고 싶은 나라가 되었다. ^^ (부모님이 독일 여행하고 오셨을 때 정말 좋았다는 평을 듣고 아 그래? -_- 시큰둥 무덤덤했던 나... 반.성.)
독일편에서 정말 좋았던 점 두 가지:
1) 독일이 연방공화제로 가게 된 역사적인 배경과, 그 유산이 현대까지 어떻게 이어져서 지방자치가 세계에서 가장 탁월하게 되는 나라인지를 정말 재미있고 알기 쉽게 설명했다. 아하 그래서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스페인 기타 등등 나라들이 중앙집권을 이루어서 식민지 개척을 할 때 독인은 한 발 뒤처졌고, 그렇지만 그 점이 현대에 들어서 어떻게 나라의 각 지역이 모두 잘 사는 강점으로 전화위복 되었는지 이야기 실타래를 맛깔나게 풀어놓았다. 그래서 독일의 도시 이름이 그렇게 쏙쏙 떠올랐던 거구나~ 베를린 본 하이델베르크 프랑크푸르트 뮌헨 뉘른베르크 바이에른 등등등
2) 독일, 하면 떠오르는 역사는 2차례의 세계대전 외에 의미심장한 이벤트라면 역시 통일이 아닐까 한다. 전세계 유일 분단국인 한국에 독일의 통일 성공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그들이 서로 다시 합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주변국들에 어떤 태도로 임했는지는 한국이 참고할 부분이 많다. 물론 지정학적, 역사적 상황은 많이 다르지만... 적어도 독일 리더들이 통일을 세련되고 진실한 외교로 풀어나간 방식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여담이지만 빌리 브란트를 꼬꼬마로 그려놓은 컷은 넘나 귀여운 것... ㅋㅋㅋ)
그 외에도 독일의 역사적인 치부를 날카롭게 분석한 부분도 눈여겨볼 만하다. '민족주의는 자율과 독립을 지키려 할 때는 숭고하지만, 배타성을 띄기 시작하면 의미가 퇴색된다. 게다가 군국주의와 결합하면 그땐 정말 악랄해지는 거지'
그리고 세계 뉴스를 보면 항상 독일 정치인들은 '연정'을 한다고 나오는데, 특정 정당이 과반수를 얻기가 힘든 시스템이라서 그랬구나... 친절한 설명도 좋았음요!
독일... 다음에 가게 되면 더 애정있는 눈으로 볼 수 있겠지? ^^ 독일의 맛있는 요리도 더 잘 찾아내서 먹어보리라! 우와...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커리부르스트 ㅠㅠㅠㅠ 이거 진.짜. 맛있을 것 같다!!! ㅠㅠ (한국에서 혹시 파나 했더니 이태원에 가게가 있단다. 하지만 현지에서 먹어보고파 엉엉)
4. 캐나다편
제일 기대? 했었는데 제일 실망한 편... 와 정말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게 이번 캐나다편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애정있는 나라기도 하고, 미국에 있을 때 잠깐 몬트리올과 나이아가라 폭포를 본것 외엔 깊이 경험할 기회가 없던 곳이기에 상당한 기대를 했기에, 뭔가 나의 호기심 충족을 못해준 것 같다. 게다가 이번 편은 내가 좀 삐딱하게 본 것도 있는 게, 캐나다는 캐나다일 뿐이고 본인들 나름대로 애국심과 자부심이 있을텐데 미국에 열등감이 있다느니, 또 캐나다만의 매력과 강점을 계속 미국이랑 비교질하면서 '미국은 이런데 캐나다는 이래서 좋다'라고 스토리를 풀어가는 것도 영 마뜩찮았고. (뭐 실제로 열등감이 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걸 제3자가 굳이 꼬집어서 언급해야 하는 걸까 싶었음. 같은 예로, 어떤 듣보잡 나라가 한국이 일본에게 계속 열등감 있어서 어쩌니 저쩌니 하면 기분이 좋을까?)
처음 볼 때는 뭐야 내용이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다 소개된 거네...(특히 역사 부분)하고 약간 김샜지만, 캐나다의 복지와 비교적 최근의 상황을 알게 된 점은 소득이었다. 단풍잎이 들어간 국기가 1960년대에야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정말 몰랐다! 그럴수가. ^^;; 그리고 캐나다가 AI 강국이었구나. 엄청난 영토와 이민자들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로, 확실히 전망이 탄탄대로인 나라임은 확실하다. 그리고 천혜의 자연... 멋진 야생 생태계. 이 부분이 제일 부럽다.
'행복'이 이 만화 시리즈의 주제라면, 그리고 앞으로도 시리즈가 더 나온다면~ 머리에 떠오르는 후보 나라들이 몇 있다. 개인적으로는 코스타리카와 브라질, 뉴질랜드, 보츠와나, 스리랑카, 아이슬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네덜란드도 다뤄줬으면 함! ^^ 오랜만에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만화를 접해서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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