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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HELVES/TRAVEL

사하라 이야기(撒哈拉的故事) - 싼마오(三毛) -

 

 

 '사하라 이야기'래서 그 유명한 아라비아 소설 '천일야화' 비슷한 내용이겠거니 하는 사람들도 있겠다. 음~ 물론 아니다. ㅋㅋ 대만(정확히는 중국) 작가가 쓴 사하라에서의 체류 경험담이다. 물론 그 척박하고 황량한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서 살았다는 엄청난 얘기는 아니고... 싼마오는 '서사하라(Western Sahara)'라는 아프리카 대륙 북서쪽에 위치한 모로코 아래의 지역에서 스페인 남편 호세와 몇 년간 거주한다. 이 작가 덕분에 아프리카에 서사하라라는 생소한 이름의 나라가 있다는 것도 알았고, 이 지역이 예전에 스페인령이었으며, 위아래로 점령하려 눈독들이는 모로코와 모리타니 그리고 계속 영향권 아래 두려는 스페인의 각축장이었다는 사실도 알았다.

 

 물론 이 책에 그런 정치, 지리적인 시대적 배경이 깔리면서 관련된 일화들도 나오지만, 작가인 싼마오는 주로 북서 아프리카 사막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풍습과 문화, 그들의 애환과 즐거움에 관한 이야기에 집중한다. 더불어 그의 고집쟁이 천방지축 스페인 남편 호세와 티격태격 알콩달콩 살아가는 에피소드도. 한동안(지금도 살짝) 사막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혀 있던 나에게 마치 어둠 속의 번개처럼 다가온 책이었지.

 

 사실 이 책을 알고 지낸 지는 10년 가까이 된다. 중국 어학연수 당시 친구가 '중국어로 읽어볼 만한 책'을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선뜻 선물해 주었어서. 나의 중국어 실력이 물 오른 제비처럼 일취월장 하던 그때에는 그래 한 번 읽어보자! 라고 의욕 충만했었지. 결국 한국으로 가져와서 내내 책장에만 고이 모셔뒀지만... ㅠㅠ (지금은 엄두가 안난다. 아 물론 시도하면 그럭저럭 읽어나가겠지만 사전 찾느라 하루에 5페이지 이상이 가능할까...) 그러다가 요 몇년 간 나의 사막앓이(?)가 시작되면서 슬그머니 다시 찾아본 책이었지. 위에 말했지만 원서로는 엄두가 나지 않아 결국 번역본을 찾았지만. 읽는 내내 몰입도가 어찌나 좋던지. 에피소드 하나하나 아까워하면서 읽었다.

요건 중문판! 내 책은 아직... 깨끗하다 크흙 ㅠㅠ

 

 우직하지만 정 많은 연하(능력녀! ㅋ) 스페인 청년 호세와 사하라에서 좌충우돌 식을 치르게 되는 '결혼 이야기', 사막 사람들의 특이한 목욕 문화를 전해 준 '사막의 샘'(이거 정말 목격담이 100% 사실이라면 좀... 엽기다. 특히 몸 '속을' 씻는 이야기 어우~~), 정답지만 그 반면 오지랖 넓고 뻔뻔스러운 이웃들과 부대껴 살아가면서 경험하게 되는 사막 라이프의 일면을 소개한 '사막의 이웃들', 사막에서 운전면허 따기에 도전한 싼마오의 무대포 정신이 빛나는 '하늘로 오르는 사다리' 등등. 사하라의 일화 하나하나가 작가 특유의 순수하고 약간의 투박한, 그리고 무엇보다 솔직한! 필체로 엮여있다. 싼마오처럼 괄괄하면서도 정 많고, 여장부면서도 요리의 대가로 주부의 진면목도 자랑스레 보여주는 작가는 필시 드물리라. 그리고 내가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그의 면은 역시,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점.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중국인이라지만 이런 이름조차 생소한 서사하라에까지 진출해서 이야기를 전해 줄 줄이야. 어떤 면에서는 참 존경스럽다. 책을 읽으면서 문득문득 나 자신을 작가의 자리에 대입시켜 보았다. 머나먼 땅에 도착해서 스페인 남편과 맨땅에 헤딩, 아~~무런 연고도 없는 동네에서, 게다가 문화와 생활방식은 너무나 생소한 곳에서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부대껴 산다... 한편으로는 무섭고 막막할 것 같으면서도, 그 이국적인 생활이 주는 활력과 자유로움은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것이리라. * 아 물론, 읽어보면 알겠지만 사막의 관습은 엄청나게 보수적이고 답답한 면이 있어서 특히 여자에게 가혹한 것들도 많았다. 내가 여기에서 의미하는 '자유'는 문명 사회의 구속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 자신을 던져놓는 모험과 일맥상통한다...

 

 중국어 어학연수 당시, 한국 교수님들이나 기타 주변에서 추천해 주었던 중국 소설이나 문학은 중국의 역사(난 딱히 별 관심 없는...)나 한국인에게 무척 위화감이 들게 하는 사회주의 관련 내용이어서 그다지 취향에 맞지 않았었는데. 싼마오의 책들은 그런 면이 없고 아프리카의 즐거운 경험담이라서 무척 재미나게 읽었다. 물론 중간중간 중국 시조나 기타 작품의 문구를 인용하는 작가의 어쩔 수 없는 국적부심(!)이 보이지만, 딱히 거슬리거나 하지 않고 맛깔나고 유쾌하게 풀어내서 참 좋았음. 안타깝게도 이 책은 10년 전 작은 출판사에서 번역본을 냈던 것이라 지금은 절판이다. 한국에 소개된 싼마오의 책은 이 외에도 '흐느끼는 낙타', '허수아비 일기' 등 총 세 권이다. (모두 읽었고, 정말 재밌었다! ^^) 그의 다른 작품들도 번역되면 좋으련만, 지금은 나오지 않고 있음... 기회가 된다면 영문이나 중문판으로 구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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